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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재벌들의 회사돈은 쌈짓돈?

SK 최태원회장이 2015년 출소할 때의 일이었다. 다소곳이 모은 손 사이로 성경책이 보였다. '이제는 주님 뜻대로 살겠다'는 다짐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은 한 점성가에게 속아, 자기 돈도 잃고, 심지어 회삿돈도 손을 대어(횡령) 손해를 끼친 것에 따른 나름의 반성어린 제스처였다.

 

최태원 회장은 김원홍이라는 여의도의 유명한 점성가에게 푹 빠져있었다고 한다. 어느날 이 점성가가 주식 종가를 맞추시는 모습을 보고, 전적으로 믿고 맡겨볼만한 사람이라고 생각 했는가 보다. 그를 믿고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나중에는 김원홍을 SK 해운의 고문으로 모시기도 한다. 집안의 큰아버지처럼 대하라고 자녀들에게 얘기도 했다. 김원홍의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에는 경주까지 내려가 상주노릇을 할 정도였다. 생각해 보라. 재계 4위 그룹 총수가 장례식장에서 팔 걷어부치고 국밥을 나르더란 모습을. 얼마나 믿음이 컸던지, 그의 말을 듣고 주식을 잃게 되었을 때에조차도 "그분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렇다"고 이해해 줄 정도였다. 그렇게 잃다보니 결국 회삿돈에까지 손을 뻤었고, 500억 횡령으로 형을 살게 되신 것이다. 다행히 박근혜 정부 때에, 815 특사로 사면되어, 지난 과거를 참회 하듯 출소하셨다. 김장환 원로목사님이 지도해 주셨다고들 한다.

 

그러나 얼마 후 세계일보에 손편지를 하나 보낸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이혼을 해야겠다고 했다. 차라리 앞서 성경책을 끼고 나오지나 말던지, 이제는 대놓고 남의 아내와 불륜을 선포하신다(당시 유부녀). 그가 사랑했다는 재미교포 김모씨는 오랜 관계를 가졌던 사이였던 것 같다. 그녀가 강남의 80평 아파트를 2008년 15억 5천에 (시세보다 훨씬 싸게) 구입했더랬는데, 2년 후에는 24억에 팔아, 시세차익만 8억을 넘게 남기는 일이 알려졌다. 재미있는 건 강남 노른자 땅의 그 비싼 아파트를 싸게 내준 게 SK건설이고, 후에 비싸게 구입해 준 것도 SK가 100% 지분을 소유한 외국계 페이퍼 컴퍼니였다는 것이다. 뭔가 냄세가 난다. 내연녀 재산까지 회사 자산을 이용해 손해를 봐가며 증식시켜주는 눈물 겨운 꽁수였다.

 

요즘 한창 공수처 설치 얘기가 나오고 대변인 부동산 투기를 떠들지마는, 사실상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재벌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회사돈을 마음대로 유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손실과 회사 경영 악화에 영향을 줄 것이고, 엄연한 불법인데도 감시가 너무 소홀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누가 이들에게 면제부를 주었던가. 누가 이들에게 그래도 된다고 했던가. 고작 집값의 절반을 빚내서 샀다고 비난 할 꺼면, 그 잣대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말이다. 공수처니, 정치인의 청렴함도 논한다만, 어찌 재계와 그 호위무사, 자한당 무리는 가만히 두고 보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2019.03.29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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