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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다큐/영화

영화 어톤먼트 (2017)

우리말로 '속죄'라는 뜻이다. 앞서 봤던 <더헌트>와 일면 비슷한 영화라, 작품성은 의심할 여지 없이 좋지만,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2차세계 대전이 일어날 즈음 영국의 한 귀족에, 정원사로 살아가는 로비라는 청년이 그집 딸 쎄실리아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를 지켜본 13살 여동생(브라이오넌)은 그 충격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만, 저녁에 벌어진 강간 사건의 범인으로 청년 로비를 지목한다. 질투였을까? 자신을 참담하게 만든 것에 대한 복수였을까? 아니면 그런식으로 언니와 떨어뜨려 놓으면 나중에 가서 미안하다 하고 자신의 사랑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어쨌든 소녀의 거짓증언으로 로비는 징역 대신 군대에 징용되어간다.

 

 

영화에서 남자는 자신을 기다리는 쎄실리아와 한 번 조우한다. 그녀는 간호사로 자원하여 남친을 기다리기로 한다. 그리고 소녀도 어느덧 18살이 되어 캠브리지로 입학하는 것을 포기하고 언니(쎄실리아)를 좇아 간호사가 된다. 언니는 동생을 만나주지 않는다. 겨우 언니를 찾아 간 곳에서 그녀는 로비까지 함께 만난다. 사과하고 또 사과했다. 늦게라도 자신의 거짓증언을 번복할 서류를 작성하러 황급히 기차에 올랐다. 그리곤 훌쩍 나이먹은 할머니로 분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것이다)

 

인터뷰하는 그녀의 마지막 소설이름은 <어톤먼트>. 자전적 소설이라며 밝히는데, 반전이 있다. 실은 언니는 그때 로비와 헤어진 이후로 한 번도 로비를 본 적이 없었다는 것. 로비는 프랑스에서 폐렴으로 죽고, 언니는 방공호에서 죽었다고 한다. 우리가 앞서 본 것은 그녀가 속죄의 심정으로 둘을 이어준 허구(소설)에 대한 감상이었던 것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미안하다는 말이 가장 역겨운 순간은 단지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입 밖에 내어질 때다."라고 했다. 공감한다. 두 사람을 생이별하게 만들고, 평생을 편하게 존경받는 문인으로 살아오고 나서, 죽기전에야 내 놓는 소설은 뭐며, 그제서야 밝히는 저의가 무엇이란 말인가? 아마도 영화는 용서해 줄 사람이 없어서 평생 안고 살아야 했던 속죄의 마음을 작품에 쏟아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화제작을 낸 시점이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인생 다 살고, 벌 받겠다는 것이 무슨의미가 있는가? 속죄라는 이름으로 자기 합리화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싶은 것이다. 마음이 무겁다. 왜 그 짐을 나에게 지우는지.

 

2019.03.01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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